내일의 책을 시작하며

취지문

‘내일의 책’을 기다리며

'내일의 책'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인쇄되고, 제본되어 서점에서 판매되지는 않는 책이지요. 내일의 책은 오늘까지는 PDF나 e-Pub 형태를 띤 하나의 컴퓨터 파일입니다. 이 파일을 인쇄해서 제본한다면 그대로 하나의 책이 될 것입니다. 다들 아는 것처럼 그냥 '이북(e-Book)'이라고 부르면 될 것을 왜 '내일의 책'이라고 불렀을까요? 우리는 내일의 책에서 만나는 컴퓨터 파일이 가급적이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오늘의 책'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니까 내일의 책은 일종의 사전(事前, pre-) 출판입니다.

우리가 만난 어떤 사회과학 저자는 "책이야말로 콘텐츠의 무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출판과 독서의 현실을 말해주었습니다. 1만5천원짜리 책에서 저자가 받는 인세는 10% 남짓입니다. 한 권의 책이 팔릴 때 저자는 1천5백원을 손에 쥐게 됩니다. 요즘처럼 인문 사회계의 책이 천 권이 채 팔리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수 개월을 들여 원고지 1천매 분량을 힘겹게 쓴 저자는 그 노력의 대가로 1백만원을 받기도 힘듭니다.

저자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써낸 책이 극히 소수의 독자들에게만 읽힌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물론 읽을 가치가 없는 어떤 책일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지금처럼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책이 사상(思想)의 그릇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할 길은 사라질 것입니다.

출판사들도 오늘의 책에 불만이 많습니다. 서점이 줄어들고 대형화되면서 출판사의 힘은 많이 약해졌습니다.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는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어렵지요. 그러다보니 출판기획자들의 고민은 오직 '팔릴만한 책'으로 향하게 됩니다. 꿋꿋하게 '안 팔릴 것이 분명하지만 좋은 책'을 내는 존경스러운 분들은 점점 줄어들겠지요. 시간이 갈수록 지식의 갈래는 늘어나고 그 수요자는 작은 모둠으로 제한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지식을 유통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내일의 책'이라는 우리의 프로젝트가 과연 이런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우리는 컴퓨터 파일에 담긴 좋은 생각들이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되고, 저자들이 자신의 노고에 대해 응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 위에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책으로 바뀌는 기회가 생겨나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내일의 책'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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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설명서 - 독자

내일의 책에는 많은 책이 컴퓨터 파일의 형태로 올라와 있습니다. 독자들은 언론의 기사나 블로그나 포털의 검색 서비스를 통해서 혹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거쳐서 각각의 책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도달하였을 것입니다.

내일의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쓴 소개글을 제공합니다. 저자가 직접 쓴 글이니 공정한 소개라기 보다는 '판촉'에 가까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저희는 제3자의 입을 빌린 광고와 저자가 직접 쓴 광고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책의 가격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저자가 정한 가격입니다. 혹 너무 비싸다면 다음을 기약하시고, 너무 싸다고 생각하셨다면 친구들에게 더 많이 소개시켜 주시면 됩니다. 이제 적당한 대가를 내고 내려받기 링크를 누르십시오.

책은 PDF와 e-Pub의 두가지 포맷으로 제공됩니다. PDF는 컴퓨터에서, e-Pub는 모바일 기기에서 보시기 편합니다. PDF를 인쇄해서 제본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입니다. 내일의 책이 제공하는 파일에는 저작권 관리 도구(DRM)이 삽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 USB를 이용해 친구들에게 파일을 전송하는 것에는 기술적으로 제약이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시기보다는 정당한 가격을 내고 책을 읽자고 친구들에게 제안해 주시기를 저희는 간곡히 호소합니다.

내일의 책은 각각의 전자 책에 대해서 오프라인 출판을 추진합니다. 독자는 자신이 선택한 좋은 책 혹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만한 책'의 북-펀드(Book Fund)를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내일의 책이 오늘의 책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자가 아예 오프라인 출판 자체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독자들의 북-펀드가 목표액에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책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영원히 내일의 책으로 남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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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설명서 - 저자

책을 쓰셨거나 쓰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내일의 책(book@vop.co.kr)과 접촉해 주십시오. 저희는 저자와의 협의를 거쳐 전자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고를 전자 책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내일의 책은 저자에게 일체의 부담을 드리지 않습니다.

책이 일단 판매되기 시작해서 1천권이 판매될 때까지 모든 수익은 저자에게 돌아갑니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에 들어가는 수수료를 제외하면 그것이 저자의 수입이 됩니다. 만약 자신이 쓴 전자책의 가격을 1천5백원으로 정했다면 아마 저자의 몫은 오프라인 출판에서 1천권이 팔린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내일의 책이 초기 판매액 전액을 저자에게 드리는 이유는 결국 책에 담긴 생각은 저자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을 쓰는 분들이 그것만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가 생산해낸 생각의 총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1천권이 넘어가면서부터 판매액은 저자와 내일의 책이 5:5로 분배합니다. 만약 내일의 책이 새로운 유통 방식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인터넷 서점 등에 전자책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저자에게 돌아가는 판매액의 5할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책이 웬만큼 독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냈거나, 또 비록 거의 다운로드되지 않았지만 열성적인 독자들이 북-펀드를 만들어 강하게 오프라인 출판을 요청한다면 내일의 책과 저자는 오프라인 출판을 협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직접 책을 만들 수도 있지만, 또다른 좋은 출판사와 저자를 연결시키는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전문성이 강하거나 특정한 독자층이 있는 콘텐츠라면 내일의 책 보다는 관련 경험이 있는 다른 출판사가 더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경매 방식이 될 이 절차를 통해 기존의 출판사 역시 새로운 저자와 독자층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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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설명서 - 출판기획자

내일의 책은 출판사나 출판기획자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지식은 끝이 없다고 합니다. 끝없는 지식과 사상의 바다에서 내일의 책은 그저 떠 있는 하나의 잎사귀가 되면 충분하지요. 만약 출판사 혹은 출판기획자들께서 좋은 책을 기획해왔다면, 그러나 불투명한 시장 때문에 출판을 꺼리고 있다면 내일의 책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해 보십시오.

출판사 혹은 출판기획자들이 저자와의 협의를 거쳐 내일의 책에 책을 등록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PDF나 e-Pub를 만드는 것은 굳이 저희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각자의 개성과 전통이 살아있는 전자책을 만드는 것은 출판사 혹은 출판기획자들의 긍지이니까요.

그렇게 등록된 책의 수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서 내일의 책이 갖고 있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가급적 1천권까지의 판매액은 저자에게 돌아가기를 권장합니다. 물론 콘텐츠를 가공하는 데서 기획자나 편집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저자와의 협의를 거쳐 조정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해 전혀 관계하지 않을 것입니다. 1천권이 넘어가는 경우에 판매액은 75:25로 분배됩니다. 출판사와 저자는 75% 내에서 적절한 분배율을 정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의 협조를 통해 등록된 책이 오프라인 출판 단계로 넘어갈 경우에도 모두 권리는 저자와 출판사에 있습니다. 내일의 책은 이 문제에 대해서 전혀 관계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의 책은 더 많은 작고 의미있는 출판사들이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만약 출판사의 사정이 매우 특수하다면 위에서 설명한 것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참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그렇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일의 책이 순조롭게 성장하고, 또 적절한 때가 되어 그 때까지 좋은 관계를 맺어왔던 출판사나 기획자, 편집자, 그리고 저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내일의 책을 운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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